고담 노중평 (역사천문학회 회장, 상고연구가, 민속연구가)

노 : 요즈음 무당들이 명기를 받기 위하여 자주 산기도(山祈禱)를 가는데. 교통이 불편했던 시대엔 어떻게 산기도를 다니셨나요 ?
김 : 제가 어렸을 때 이북 무당은 신당을 지켰습니다. 신당을 저버리면 변나는 줄 알았습니다. 이북 만신들은 산에 안 갔습니다. 신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대로 이북굿을 하니 까 저는 지금도 산에 가지 않습니다. 산에 잘 가는 무당은 이남 무당이지요, 요즈음엔 도 뿌리를 가지고 있는 이남 무당이 산에 도 뿌리가 있어 찾아가나보다 하고 생각합니다. 저의 신어머니는 제가 신당에 잘못했다 싶으면 "동이천수 바쳐라. 고배사리 드려라. 백배사리 드려라"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면 신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동이에 천수를 떠서  바치고, 고배사리 드리고, 백배사리 드렸습니다.

노 : 이북 무당은 신당에서 신들을 불러들여 기도하고, 이남 무당은 산에 가거나, 도당에 가거나, 산신각에 가서 그곳에 계신 신에게 기도합니다. 이북 무당과 이남 무당에게는 이런 차이가 있습니다. 도의 뿌리가 산에 있어서 산에 간다고 했는데, 도의 뿌리는 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당이 풀어내는 고에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태백산에 태백산도가 있거나, 계룡산에 계룡산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무당 자신에게 무당고가 있고, 무당고를 풀어내는 것이 도라는 것입니다. 고라면 조상거리에서 소창을 가지고 고를 풀어내는 그 고입니다. 이 고에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고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일종의 원죄(原罪)와 같은 것입니다. 옛날에 인간이 처음으로 예수님처럼 인간신(人間神)으로 인식한 분이 마고(麻姑)입니다.

마고가 마고성에서 패악(悖惡)해진 인간을 내쫓고 성을 폐쇄하기 전에 "해혹복본(解惑復本)하라"고 유시하셨습니다. 해혹복본이란 "네가 마고성에서 지은 잘못을 회계하고 다시 돌아오라"는 뜻입니다. 해혹(解惑)에 있는혹( 惑)이 고입니다. 고를 한문자로 쓴다면 고(人+姑)로 쓸 수 있는 말입디다. 人+姑란 인간이 마고에게 지은 매듭인 인고(人姑)라는 뜻이지요. 이 매듭을 해혹(解惑)해야만 마고성에 갈 수 있습니다. 인간은 한평생을 지상에서 살다가 어느 날 죽어서 마고 앞에 가서 고가 풀렸는지 풀리지 않았는지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고를 풀지 못하여 확인을 받지 못 하니, 마고성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이 고를 풀어주어야 할 사람이 무당인데,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무당이 고를 풀어주어야 마고성에 갈 수 있다"는 지식을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천을 하지 못하여 마고성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평생을 지고 가는 고를 行+姑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行+姑란 행고(行姑)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조상거리에서 무당이 매듭을 지어 고를 만들고 이 고를 풀어주는 것입니다. 이 고가 매달려 있는 줄이 道 줄입니다. 道 줄이란 '마고성에 가는 길'이라는 뜻이지요. 사람은 죽으면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원소들은 다 몸이 분해될 때 자연으로 돌아가 원소상태가 됩니다. 시신을 땅에 묻든 불에 태우든 질량불변의 법칙에 의하여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에 흡수 된 상태로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다 끝나는 것이 아니지요, 쿼크로 불리는 영체(靈體)가 남아서 서낭(城隍)에 매이거나 용궁(龍宮)에 매이거나 허공(虛空)에 매이게 됩니다.

서낭에는 서낭을 관리하는 조상들의 쿼크가 있고, 용궁에는 용궁을 관리하는 조상들의 쿼크가 있고, 허공에는 허공을 관리하는 조상들의 쿼크가 있습니다. 이들 조상 쿼크를 관리하는 최고 우두머리가 서낭에서는 서낭성수가 되고, 용궁에서는 용궁성수가 되고, 허공에서는 허공성수가 됩니다. 성수를 한자로 쓰면 성수(星宿)라고 쓸 수 있습니다.

성수는 마고성에서 임명한 조상별이라는 뜻이지요. 이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점을 찍은 사람에게 사자使者를 내려 보내서 신병(神病)을 앓게 하며 혹독한 시련을 줍니다. 이리하여 한 사람의 무당이 태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성수에게서 태어난 무당이 하는 일은 죽은 사람이 고를 풀고 마고성에 입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그러니 무당이 되었으니 어영부영 돈이나 벌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아니 되겠지요. 서낭과 용궁과 허공 이 3군데에 매인 영체(靈體)들은 고를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지 못하듯이 바늘귀처럼 비좁은 마고성문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이 고를 풀어주는 사람이 무당(巫堂)입니다.
 무당이 조상거리를 하면서 고를 만들어 풀어 주는 것이지요. 그러면 고를 푼 道 줄을 타고 가서 마고성문에 다다르게 되는 것입니다. 죽은 사람의 쿼크를 영체(靈體)라고 했는데, 영체(靈體)의 靈자를 볼까요? 雨자는 인간의 부정(不淨)을 씻어 주는 천수(天水)인 비를 의미하는 문자입니다. 그 밑에 3개의 입(口)이 있습니다. 이 3개의 입은 조상(祖上) 그리고 나와 자손(子孫)을 의미하는 문자입니다. 맨 밑에는무당( 巫堂)이 있습니다. 무당이 조상과 나와 자손 3대의 고를 풀어주고 천수로 부정을 씻어준다는 의미를 靈자로 표현한 것입니다. 아까 신어머니가 신딸이 신당에 잘못을 범하면, "동이천수 올리고 고배와 백배를 하라"고 했는데, 천수는 천수(天水0이고, 고배는 고배(叩拜)이고, 백배는 백배(百拜)입니다. 고배는 앉아서 머리를 조아려 땅에 대는 절입니다. 이 절을 1백배를 하는 것이 백배입니다. 그리고 동이는 동이(東夷)라는 말입니다. 동이족이 마고와 맺은 언약을 상징하는 신기(神器)가 동이입니다. 동이천수라고 하면 부정을 씻는 천수를 담은 신기라는 말입니다. 고를 풀어내고 동이천수로 부정을 씻어내면, 이때 비로소 고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 쓰는 제기를 고라고 하였습니다.  고는 사각으로 생긴 술잔인데, 동이족을 태어나게 한 '春分의 氣(夷)'를 발생시키는 각수(角宿)에게 바치는 술잔으로 동이족을 상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