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 노중평 (역사천문학회 회장, 상고연구가, 민속연구가)

정해년을 보내면서 내 나름대로 정리해야 할 것이 있어서 이 글을 쓰기로 하였다.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상고사(上古史)에 대하여는 내 나름대로 정리를 한 셈이므로, 이제는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무교(巫敎)에 대해서도 무엇인가 정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 글을 쓰기로 한 것이다.

무교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무업을 하는 분들과 인터뷰를 하는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은 현실에서, 내 나름대로 지나간 수년 동안 매년 꾸준히 몇 분씩 인터뷰를 해 왔으므로, 이제는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무교인(巫敎人)에게 관련이 되는 학문이, 무교인이나 무업인(巫業人)에게 실제로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학자 자신만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면, 그런 학문은 소용없는 학문, 있으나 마나 한 학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무교인이나 무업인이 몇 사람 되지 않는 학자라는 사람을 위하여 봉사해 온 것을 자주 보았는데, 이처럼 부조리하고 황당한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학자의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 학자를 돕고 있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나는 만신을 두 부류로 분류한다. 한 부류는 무교인(巫敎人)이고 다른 한 부류는무업인(巫業人)이다. 무교인은 종교인으로서 의식화 된 무업인이고, 무업인은 생계형 무업 종사자이다. 나의 이러한 분류는 간간히 기회가 주어질 대마다 무업인을 인터뷰하거나 굿당에서 그들이 하는 굿을 보면서 얻어낸 결론이다.
내가 무업인과 인터뷰를 하고자 하는 데엔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무교의 맥을 세울 수 있으면 세워 보자는 것이요, 둘째, 무교의 역사를 밝혀 보자는 것이요, 셋째, 무교신앙인으로서 사제상(司祭像)과 신자상(信者像)은 무엇인가를 밝혀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무업에 종사하는 분으로서 정통성과 정체성을 견지해 온 분들을 만나서 대담을 해 보고 싶어 한다. 일진이 좋은 날은 괜찮은 분을 만나서 이 두 가지를
  다 충족할 수 있다. 무업에 연조가 있는 분들을 만나면 내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충족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가급적이면 무업에 연조가 있는 분들을 만나보고
  싶어 한다.
  인터뷰를 해보면, 첫째, 무업을 하는 분들이 태어난 곳이 그의 무업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어디에서 태어났느냐가 그의 무업인생을 결정짓는 것이다.
  강화도나, 황해도 구월산이나, 황해도의 바닷가나, 황해에 좌정한 섬들이 무당을 배출하는 성지(聖地)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또 그가 신 내림을 받은 장소가 그의 무업인생을 좌우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삼각산(三角山)에서 내림굿을 한 사람이 잘 불리는 것을 보았는데, 이는 나라에서 나라
  조상제사인 중사(中祀)를 지낼 수 있는 산이 신 내림을 할 수 있는 산이 된다는 한 예가 될 것이다.

  셋째, 무당은 그가 타고난 천성이 그의 무업인생을 담보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런 분들은 유년시절부터 천성적인 기질을 보인다. 장단을 한번 보고 듣고 기억한다든가,
  스스로 무구와 비슷한 것을 만들어 굿의 흉내를 낸다든가, 미친 증세를 보인다든가, 이해하기 힘든 증세를 보이는 것이다.
  넷째, 그가 어떤 선생님을 만났는가도 중요하다. 훌륭한 신부모를 만난 만신은 역시 훌륭한 정신과 기량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분들은 그의 신부모를 존경하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신부모를 존경하지 못한다. 오늘 날은 신부모를 존경하지 못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아서 과연 무교의 앞날이 평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2007년 정해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나니, 무업인들 사이에 근거가 없는 유언비어가 나돌기 시작한다. 지례짐작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는 앞날이 평탄하지 못할 것이라고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축 될 것이 무엇이 있는가. 선거 때, 인터넷 상에서, 공공연하게 아무개 후보가 당선한다고 공언했다가, 다른 후보가 당선하자,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허위점사를 철회한 예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러한 일들은 무책임하게 혹세무민하는 일이 될 것이므로, 직업윤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삼가야 할 일일 것이다. 스스로 품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니, 설사 그런 유혹을 받더라도, 심사숙고하여, 삼가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우울한 세밑을 보내면서, 크리스마스 날, 운 좋게 앞으로 머지않아 황해도 굿에서 명실상부하게 대모가 될 金貞淑 선생을 만나게 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로 하였다. 김 선생은 수년 전에 행사장이나 굿당에서 마주친 적은 있으나, 서울 필동에 있는 그 분의 거소에서, 작정을 하고 몇 마디 말을 건네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앞에서 무교인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 네 가지를 들었는데, 이 네 가지 모두가 김 선생에게 해당하였다. 그러니 본인이 거부한다고 해도 앞으로 황해도 굿을 대표하는 대모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분과 자주 만나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굿에 대한 이야기를 채록하여 여기에 내 나름대로 그 근원을 밝힐 것은 밝혀, 무교자료로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 선생이 아름답게 보여준 일면은 그의 신 어머니 고 김용애 만신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다. 많은 무업인이 그의 신부모 신을 무기로 삼아 돈을 강탈해 가는 일이 흔한데 , 김 선생은 존경을 받을 만한 신 어머니를 만났으니 큰 복을 받았다고 하겠다.

  김 선생이 14세 때 신어머니가 옆에 끼고, <정감록>에 근거하여 앞으로 변화해 갈 미래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 것이 그로 하여금 무가(巫家)를 정립하는 데 기본
  소양 이 되어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어려서 <정감록>에 기록된 예언들을 자주 들려 주었다는 말을 무업인은 귀담아 들어 두어야 할 말이라고 본다. 무업인을 무교인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주는 단서가 바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비결서秘訣書>를 공부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비결서>에는 신명이 있다. 무당이 <비결서>를 공부하지 않으면 <비결서>에서 잠자는 신명을 깨워
  드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을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는 점괘를 뽑아낼 훌륭한 무당으로 만들어가지도 못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무교인은 거의 없고 무업인은 너무나 많아 흘러넘친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사람들이 무업인 중에 많고, 그들이 하는 행위가 범죄행위이거나 범죄행위 
  에 근접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듯하다.  앞으로 무업인이 자신을 스스로 무교인으로 업그레이드 시키지 않으면 무교계(巫敎界)에서 도태되는 현상이 올 것이
  라고 본다.  당골로 오는 사람, 신도로 오는 사람이 무당과  인터넷을 공유하므로 무교에 대한 지식이 날로 풍성해져 가기 때문이다.  내가 인터넷에 올리는 글을 하루 평균
  7,8백 명, 때에 따라서 1천 명 이상이 읽는 것을 보아도 많은 네티즌 들이 무교 지식에 목말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추세로  나가면 앞으로 무교 신자들이 번성해
  질 것으로 보는데, 무업인들이 구태의연한 작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발전하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있다면, 불교에서 보듯이  다른 종교에서도 무교의 영역을 잠식해
  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는 무교의 앞날을 위하여 심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무교의 홀로서기가 가능해 지려면  너나 없는 각성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모 급에 들 수 있는 무교 스승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숨어 있는 그런 분들이 있다면, 그런 분들이 사회 전면에 나서주어야 한다고 본다.